티스토리 뷰
목차

치과에서 일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솔직히 저도 구강암 환자를 직접 마주한 건 손에 꼽힙니다. 그게 오히려 문제입니다. 드물다는 이유로 다들 '나는 아니겠지' 하고 넘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역시 구내염으로 오신 환자분을 종합병원에 의뢰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보기에도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그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이 글을 씁니다.
구강암의 원인, 알려진 것과 실제 사이
구강암과 확실하게 연관이 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위험요인은 흡연과 음주입니다. 그것도 둘을 동시에 한다면 위험도가 단순 합산이 아니라 훨씬 강하게 올라갑니다. 여기서 핵심은 알코올의 '용매 작용'입니다. 용매 작용이란 다른 물질을 녹여내는 성질을 말하는데, 술이 입안 점막의 지방 성분을 살짝 녹이면서 보호막이 무너집니다. 바로 그 타이밍에 담배 연기가 들어오면, 타르를 비롯한 수십 가지 발암물질이 세포 깊숙이 침투하게 됩니다. 구강암 환자의 75%가 흡연자라는 통계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뜨거운 음식도 구강암의 원인 중에 하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65도 이상의 음식이 점막 세포에 반복적으로 화상을 입히고, 세포 재생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다만 이것 역시 구강암의 단독 확립 원인이라기보다는 위험요인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구강암은 위험요인이 없다고 절대 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반대로 위험요인이 있다고 반드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나는 술·담배도 안 하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입안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을 때 빨리 치과에 가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 흡연과 음주의 동시 습관: 구강암과 가장 강력하게 연관된 위험요인
- 알코올의 용매 작용으로 점막 보호막이 약해지면 발암물질 침투가 용이해짐
- 뜨거운 음식(65도 이상)의 반복 노출: WHO 분류상 발암 가능 물질
- 위험요인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안 변화에 대한 주의가 핵심
절대 그냥 넘기면 안 되는 네 가지 위험 신호
제가 치과 일을 하면서 직접 겪어보니, 사람들이 입안 증상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드물다는 안도감', 또 하나는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겠지'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가 사실 더 위험합니다.
첫 번째 신호는 3주 이상 낫지 않는 궤양입니다. 궤양이란 점막이나 피부 조직이 깊이 패인 상처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구내염은 아무리 길어도 2주 안에 낫습니다. 제 경험상 3주를 넘기는 구내염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특히 통증이 없는 궤양이 점점 커진다면, 이건 암세포가 신경을 이미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혀의 지속적인 통증과 감각 이상입니다. 깨문 것도 아닌데 혀 한쪽 가장자리가 계속 욱신거리거나, 마취 주사를 맞은 것처럼 일부분이 멍멍하고 무뎌진다면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암세포가 신경을 침범하면 이런 감각 이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혀를 쭉 내밀었을 때 한쪽으로 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확인이 필요한 증상입니다.
세 번째는 지워지지 않는 반점입니다. 백반증(구강 점막에 생기는 흰색 병변)과 홍반증(붉은색 병변)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백반증이란 점막 자체의 색이 하얗게 변한 것을 말하고, 홍반증은 붉게 변한 상태를 말합니다. 음식 찌꺼기나 백태는 칫솔로 닦으면 지워지지만, 이 반점은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홍반증이 백반증보다 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 번째는 목에 만져지는 멍울입니다. 구강암은 턱 아래나 목의 림프절로 전이가 잘 됩니다. 림프절이란 우리 몸의 면역 기관 중 하나로, 암세포가 이동하는 경로가 되기도 합니다. 세수할 때 턱 밑이나 귀 아래쪽 목 옆을 한번 쓱 만져보시기 바랍니다. 통증 없이 콩알만 한 딱딱한 혹이 잡히고 없어지지 않는다면, 입안에 다른 증상이 없어도 바로 치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야 합니다.
저는 그 환자분이 구내염이라며 오셨을 때, 이미 궤양이 너무 크고 오래된 상태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빠르게 의뢰를 했지만, 왜 이렇게 될 때까지 기다렸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그때 느낀 건, 입안 증상은 '좀 더 두고 보자'가 아니라 3주가 넘으면 무조건 치과를 가는 게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내염이랑 구강암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가장 실용적인 기준은 기간입니다. 일반 구내염은 보통 1~2주 안에 낫습니다. 3주가 지나도 낫지 않거나, 오히려 크기가 커지거나, 통증이 없는데도 궤양이 지속된다면 단순 구내염이 아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Q. 술·담배를 안 하면 구강암이 안 생기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흡연과 음주는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이지만, 위험요인이 없어도 구강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는 위험요인이 없으니 괜찮다'는 생각보다, 입안에 이상한 변화가 오래 지속될 때 빠르게 확인하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Q. 구강암은 치과에서도 발견할 수 있나요?
A.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치과에서는 충치나 잇몸뿐 아니라 혀 밑, 입천장, 볼 안쪽 점막도 함께 확인합니다. 구강암은 눈에 직접 보이는 부위에 생기기 때문에,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실질적인 조기 발견 방법이 됩니다.
결론
지인 어머님이 구강암 진단을 받으셨을 때, 주변에서 다들 놀랐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잘 받아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내신다고 들었는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발견 시점이 늦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구강암은 위장이나 폐처럼 눈에 안 보이는 곳이 아닙니다. 거울만 있어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부위입니다. 원인을 따지는 것보다, 지금 입안에 3주 넘게 낫지 않는 게 있다면 지금 바로 치과에 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제가 치과에서 일하면서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미루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