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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하루에 두 번은 꼭 닦는다고 하시는 분들의 치아 상태를 보면, 솔직히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열심히 닦고 있는 건 맞는데, 방법이 틀려서 오히려 치아가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정말 흔하거든요. 치과위생사이자 상담실장으로 일하면서 "저 열심히 닦는데 왜 치석이 생기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드리려고 이 글을 씁니다.
치경부마모증, 열심히 닦을수록 생기는 이유
칫솔을 세게 쥐고 가로로 빡빡 문지르는 분들,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세균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의지인데, 제가 상담실에서 그 치아 사진을 보여드리면 표정이 굳어버립니다.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위가 V자 모양으로 패여 있거든요.
이걸 치경부마모증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치경부란 치아의 목 부분, 즉 잇몸과 치아가 만나는 경계 지점을 말합니다. 법랑질이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긴 하지만, 매일 가로 방향으로 마찰을 받으면 결국 깎여 나갑니다. 마치 톱으로 천천히 켜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초기라면 치아색 레진으로 메우는 데 몇 만 원이면 끝납니다. 그런데 방치하면 패인 곳이 점점 깊어지다가 치아 내부의 신경까지 닿게 되고, 신경치료에 크라운까지 얹히면 100만 원은 그냥 나니다. 제가 직접 수십 명의 케이스를 봐왔는데, 정말 안타까운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단단하고 빳빳한 칫솔모도 문제입니다. 출처: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도 성인의 경우 부드러운 미세모 칫솔 사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칫솔을 바꾸는 것, 이게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바스법이 정답인 이유, 치태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양치질의 진짜 목적은 치태, 영어로는 플라크(plaque) 제거입니다. 여기서 치태란 음식물 찌꺼기에 세균이 달라붙어 형성된 끈적한 세균막을 말합니다. 가글이나 물로 아무리 헹궈도 절대 제거되지 않습니다. 주방 후드에 들러붙은 기름때를 물만 뿌려서 지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반드시 칫솔이나 치실로 물리적으로 긁어내야 합니다.
이 치태를 방치하면 침 속의 칼슘 성분과 반응해 단단하게 굳어버립니다. 이게 바로 치석입니다. 치태가 아직 제거 가능한 '먼지' 상태라면, 치석은 스케일링 기구로만 떼어낼 수 있는 '굳은 시멘트' 상태입니다. 매일 양치를 해도 치석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바스법, 처음엔 어색해도 일주일이면 익숙해집니다
어렸을 때 배운 양치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위아래로 쓸어내리는 회전법, 그리고 원을 그리는 폰즈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들은 충치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방식으로, 성인의 주요 치아 손실 원인인 치주염 예방에는 효과가 부족합니다. 치주염이란 잇몸 주위 조직에 염증이 생겨 잇몸뼈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질환입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치주염은 40대 이상 성인에서 가장 흔한 구강 질환 중 하나입니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치아의 넓은 겉면이 아니라 치아와 잇몸 사이 미세한 틈, 즉 치은열구 안에 숨어 있습니다. 치은열구란 잇몸이 치아를 감싸면서 생기는 얕은 홈으로, 일반적인 양치법으로는 잘 닿지 않는 부위입니다. 이 틈을 겨냥한 것이 바로 바스법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칫솔모를 치아와 잇몸 경계에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댄 뒤, 칫솔 끝이 잇몸 홈 안으로 1mm 정도 살짝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지긋이 누릅니다. 그 상태에서 팔 전체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 힘만으로 2~3mm 범위를 진동하듯 좌우로 움직입니다. 한 부위당 10회, 치아 한두 개씩 이동하면서 전체를 닦습니다.
제가 처음 이 방법을 환자분들께 알려드릴 때 반응이 거의 똑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 닦이는 거 맞아요?" 맞습니다. 처음 며칠은 잇몸에서 피가 나올 수 있는데, 이건 잘못된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인 염증 때문입니다. 1~2주만 꾸준히 하면 잇몸이 단단해지면서 출혈이 사라집니다.
- 칫솔모를 치아·잇몸 경계에 45도 각도로 댄다
- 손가락 끝 힘만으로 2~3mm 범위를 좌우로 진동시킨다
- 치아 한두 개 단위로 천천히 이동하며 전체를 커버한다
- 안쪽 면은 손목 각도를 반대로 돌려 같은 방식으로 닦는다
치실방법! 실전 구강관리 루틴
치실을 쓸 때도 방법이 있습니다. 톱질하듯 팍팍 넣고 빼는 게 아니라 치아 옆면을 부드럽게 감싸듯이 대고, 위에서 아래로 긁어 내리듯 움직인 뒤 치아 옆으로 빼야 합니다. 양쪽 치아 면을 각각 긁어줘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납니다.
워터픽을 쓰면 치실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워터픽은 수압으로 큰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내는 역할입니다. 끈적한 세균막인 치태는 물 줄기로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세차장 고압수만으로 찌든 때가 지워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치실과 치간칫솔은 필수, 워터픽은 시간이 남을 때의 선택입니다.
치간칫솔은 치아 사이 공간이 있는 경우, 특히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분들께 제가 반드시 챙기라고 말씀드리는 도구입니다. 임플란트 주변은 치아 사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은 경우가 많아 치실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아이들은 잇몸병보다 인접면 충치가 훨씬 무섭습니다. 인접면 충치란 치아 사이 옆면에 생기는 충치로,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쪽 치아를 동시에 썩게 만드는 특성이 있어서, 손잡이 달린 어린이용 치실로 매일 저녁 사이사이를 긁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타이밍입니다. 하루 세 번을 대충 하는 것보다, 자기 전 딱 한 번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수면 중에는 침 분비가 거의 멈추는데, 침은 구강 내 세균을 씻어내는 천연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이게 끊기는 수면 시간 동안 세균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은 간단히 하더라도 저녁 취침 전 루틴만큼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바스법으로 닦으면 잇몸에서 피가 나는데 계속해도 되나요?
A. 처음 며칠간의 출혈은 대부분 그동안 쌓인 잇몸 염증 때문입니다. 칫솔이 잘못된 게 아니라 잇몸이 부어 있던 상태가 자극을 받는 것입니다. 1~2주 꾸준히 하면 잇몸이 탄탄해지면서 출혈이 사라집니다. 다만 2주가 지나도 계속된다면 치과에서 확인해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 전동칫솔 쓰면 바스법 안 해도 되지 않나요?
A. 전동칫솔은 원래 손 기능이 약한 분들을 위한 보조 도구로 개발된 것입니다. 일반 성인이라면 손가락 감각으로 직접 각도를 조절하며 바스법을 구사하는 것이 훨씬 정교합니다. 특히 어린이는 손 움직임 감각을 익혀야 하는 시기이므로 성인이 된 후에 전동칫솔을 고민해도 충분합니다.
Q. 치석이 이미 생겼으면 집에서 제거할 수 있나요?
A. 치석은 한 번 굳어버리면 어떤 칫솔질로도 제거가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치과에서 스케일링 기구를 통한 전문 제거가 필요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치태가 치석으로 굳기 전에 매일 칫솔과 치실로 제거하는 예방뿐입니다.
Q. 아이 치실은 몇 살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치아 사이가 서로 붙어 있는 유치가 나오기 시작하면, 즉 어금니가 나오는 만 2~3세 무렵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 연령일수록 부모가 직접 손잡이형 어린이 치실로 매일 저녁 사이사이를 닦아주어야 합니다. 인접면 충치는 겉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훨씬 중요합니다.
Q. 치경부마모증인지 집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손톱 끝으로 치아 뿌리 쪽, 잇몸과 만나는 경계를 살짝 긁어보면 됩니다. 뭔가 탁 걸리는 느낌이 있거나 찬물을 마실 때 그 부위가 유독 시리다면 이미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기에 발견하면 레진으로 간단히 마무리되지만, 방치하면 신경치료와 크라운까지 이어지므로 의심된다면 바로 치과에서 깊이를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치과위생사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치아는 한번 망가지면 자연 회복이 안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너무 늦게 안다는 것입니다. 치과 체어에 누워서야 "진작에 제대로 닦을걸" 하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저도 양치하기 귀찮을 때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럴 때마다 그 표정들이 떠올라서 칫솔을 다시 잡게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바스법으로 잇몸 경계를 겨냥해서 닦고, 치아 사이 공간이 있다면 치간칫솔로 마무리합니다. 시간이 없다면 자기 전 딱 한 번만큼은 이 루틴을 완벽히 지키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아 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