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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아이가 밤마다 이를 뿌드득 가는 소리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치과에서 일하는 제가 정작 내 아이 일에는 "혹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건 아닐까" 하고 엉뚱한 걱정만 먼저 했거든요. 이갈이(야간 이 갈기)는 방치하면 치아가 심하게 닳거나 심한 경우 치아 파절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을 제대로 알고 접근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문제인데, 막연히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아 제 경험과 치과 현장에서 본 것들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이갈이 원인, 왜 생기는 걸까 — 수면장애와 근육 과긴장
제 아이가 이를 갈던 시기를 지금 돌아보면, 딱 유치에서 영구치로 교환하는 시기와 겹쳐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생각을 미처 못 했는데, 유치열 후기에서 혼합치열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교합이 변화하며 일시적으로 이갈이가 심해지는 경우는 꽤 흔합니다. 치과에 오시는 부모님들 중에도 "애가 갑자기 이를 엄청 심하게 갈기 시작했다"며 당황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거든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갈이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정신적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근(저작근, 즉 음식을 씹는 근육)이 과활성화되고, 이 과긴장 상태가 수면 중에도 이어지면서 이를 갈게 됩니다. 두통이나 턱관절 통증이 스트레스와 연결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코골이처럼 사람마다 잠버릇이 다르듯, 이갈이도 수면 중 나타나는 습관적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연구 흐름인데, 이갈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치료법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주류 의견입니다(출처: Cochrane Library). 코골이를 완전히 없애지 못하듯, 이갈이도 줄이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전에는 교합 부조화, 즉 치열이 고르지 않아서 이갈이가 생긴다는 관점이 강했습니다. 교합 부조화란 위아래 치아가 맞닿는 방식이 균형을 잃은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 논문들을 보면 교합 부조화와 이갈이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결론이 많습니다.
이갈이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뻐근하거나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경우, 이유 없이 편두통이 반복되는 경우, 단단한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데 얼굴이 점점 사각턱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인 신호입니다. 혀나 뺨 안쪽에 울퉁불퉁한 자국이 생기는 것도 저작근 과활성화의 흔한 증거입니다.
-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교근(저작근) 과긴장
-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보는 잠버릇 관점
- 유치에서 영구치로 교환하는 혼합치열기의 일시적 이갈이
- 교합 부조화(위아래 치아 맞닿음의 불균형) — 최근 연관성 낮다는 연구 다수
이갈이 치료법 — 이갈이장치부터 보톡스까지, 직접 본 것들
치과에서 일하면서 이갈이 환자분들을 꽤 많이 봐왔는데,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건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의 이갈이장치에 구멍이 뚫린 경우입니다. 장치를 몇 달 사용했을 뿐인데 플라스틱이 완전히 마모되어 버린 거예요. 그 힘이 고스란히 치아에 전달됐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이갈이 치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구강 장치 요법입니다. 구강 장치 요법이란 투명한 경성(딱딱한) 플라스틱 마우스피스를 제작해 수면 중에 착용하는 치료법으로, 치아끼리 직접 마찰하는 대신 장치가 마모되도록 하여 치아 손상을 완충합니다.
여기서 제가 꼭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연성 장치들인데요, 논문에 따르면 연성 장치는 야간 교근의 활성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Journal of Dental Research). 잘못된 장치를 끼웠다가 이갈이가 더 심해지는 경우가 생기는 건 이 때문입니다. 게다가 치아에 정확히 맞지 않는 장치는 투명 교정 장치처럼 치아를 의도치 않게 움직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어, 반드시 치과에서 경성 재질로 맞춤 제작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수면 자세도 생각보다 영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반듯이 누워 입을 벌리고 자는 자세에서 이갈이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옆으로 돌아누우면 이갈이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코골이 환자를 옆으로 눕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근육 이완 운동도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 '777 운동법'이 대표적인데, 혀를 입천장에 가볍게 댄 상태에서 입을 살짝 벌린 채 7초씩 7회, 하루 세 번(아침·점심·저녁)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폐구근(입을 다무는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 이갈이 빈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치과에 오시는 환자분들께 이 운동과 함께, 평소에는 혀를 위 앞니 뒤쪽에 살짝 대고 치아 사이는 가볍게 벌려두는 습관을 권합니다. 이 자세 하나만으로도 낮 동안의 교근 과긴장을 줄일 수 있고, 그게 쌓이면 밤의 이갈이 강도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톡스 치료가 있습니다. 보톡스를 교근에 주사하면 근육의 수축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이갈이 강도가 낮아지고, 미용적으로는 사각턱이 갸름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효과 지속 기간은 3~6개월 정도로, 주기적으로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갈이가 매우 심해 장치만으로는 부족한 분들께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치아가 아파서 내원하셨는데 충치도 없고 잇몸 문제도 없고 특별한 원인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이갈이나 이 악물기(bruxism)가 원인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악물기란 이를 갈지 않더라도 낮 동안 습관적으로 치아를 꽉 무는 행동을 말합니다. 턱근육 물리치료나 이갈이장치 착용 후 통증이 호전되는 경우를 저는 치과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원인 불명의 치아 통증이 있다면 이 가능성도 꼭 의심해보시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이를 심하게 가는데 치과에 바로 가야 하나요?
A. 유치에서 영구치로 교환하는 혼합치열기(보통 만 6~12세)에는 일시적으로 이갈이가 심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저도 제 아이가 그 시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다만 이갈이 소리가 매우 크거나 아침마다 아이가 턱 통증을 호소한다면 치과를 내원해야합니다.
Q. 이갈이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현재까지 이갈이를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주류 의견입니다. 코골이를 아예 없애지 못하듯, 이갈이도 줄이고 치아 손상을 막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입니다. 구강 장치, 보톡스, 근육 이완 운동을 조합하면 이갈이의 강도와 빈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습니다.
Q. 이갈이 보톡스, 효과가 얼마나 가나요?
A. 교근에 주사하는 보톡스의 효과는 보통 3~6개월 정도 지속됩니다. 영구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갈이가 매우 심해 장치만으로 치아 보호가 어려운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맞는 것이 치아 손상을 막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사각턱이 갸름해지는 미용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아이 때문에 걱정했던 것처럼, 이갈이는 막연히 두렵게 느껴지는 증상입니다. 하지만 원인을 알고 나면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아이라면 치아 교환기의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부터 먼저 살펴보시고, 성인이라면 아침마다 턱이 뻐근하거나 이유 없는 편두통이 반복되는지 체크해보시길 바랍니다.
치료는 치과에서 맞춤 제작한 구강 장치가 기본이고, 평소에 혀를 위 앞니 뒤쪽에 가볍게 대어 치아 사이를 살짝 벌리는 습관과 운동법을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갈이가 심하다면 보톡스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원인 모를 치아 통증이 있다면 이갈이나 이 악물기도 꼭 한 번 의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