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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 갔다가 "엑스레이 한 번 찍어볼게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찜찜했던 적이 있으셨나요. 저도 환자분들께 촬영을 권할 때마다 "자주 찍으면 안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꽤 자주 받습니다. 그 걱정이 근거 없는 건 아니지만, 정확히 알고 나면 훨씬 마음이 편해집니다. 치과 엑스레이의 종류와 촬영 목적, 그리고 실제 방사선량과 안전성까지 데이터를 근거로 풀어보겠습니다.
촬영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치과 엑스레이 종류
치과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치근단 방사선사진, 파노라마(Panorama), 세팔로(Cephalometric), 그리고 CBCT입니다. 이 네 가지를 모든 환자에게 다 찍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선택해서 촬영합니다. 저도 진료할 때 이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건 치근단 방사선사진입니다. 여기서 치근단이란 치아 뿌리 끝부분을 의미하는데, 이 사진 한 장으로 치아 1~3개 정도의 충치 깊이, 뿌리 상태, 치근단 염증 유무, 신경치료 전후 상태 등을 꽤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부위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 쓰는 돋보기 같은 역할입니다.
파노라마는 치과에 오시면 가장 많이 접하는 엑스레이입니다. 위아래 턱 전체를 한 장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전체 치아 상태, 사랑니 위치, 치주질환 진행 여부, 하악신경관 위치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악신경관이란 아래턱뼈 안쪽을 지나는 신경과 혈관의 통로로,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해부학적 구조입니다. 처음 내원하셨을 때 파노라마를 찍는 이유가 바로 이 전체적인 지도를 먼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세팔로는 주로 교정 치과에서 사용합니다. 얼굴 옆면을 촬영해서 위턱과 아래턱의 위치 관계, 치아 각도, 얼굴 골격을 분석하는 데 씁니다. 일반 충치 치료나 임플란트를 받는 분들은 찍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CBCT입니다. CBCT란 콘빔 전산화단층촬영(Cone Beam Computed Tomography)의 약자로, 치과에서 말하는 'CT'는 대부분 이 CBCT를 의미합니다. 일반 엑스레이가 2차원 평면 이미지라면, CBCT는 3차원 입체 영상을 제공합니다. 임플란트 수술 전 치조골의 폭과 높이, 상악동 위치, 하악신경관과의 거리 등을 정밀하게 분석할 때 쓰입니다. 상악동이란 위턱 어금니 위쪽에 위치한 공기 공간으로, 상악 임플란트를 계획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 치근단 방사선사진: 특정 치아 1~3개를 세밀하게 확인 (충치, 신경치료, 치근단 염증)
- 파노라마: 위아래 턱 전체를 한 장으로 파악 (사랑니, 치주질환, 임플란트 계획)
- 세팔로: 얼굴 측면 골격 분석 (교정 치과)
- CBCT: 3차원 입체 정밀 분석 (임플란트, 복잡한 사랑니 발치, 뼈이식 계획)
제 경험상 진료 전에 엑스레이부터 촬영하는 치과는 한 번쯤 의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과의사가 먼저 육안으로 구강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촬영을 권하는 게 올바른 순서입니다. 원장님 검진 후에 필요한 경우에만 찍겠다고 말씀하셔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방사선량 수치로 보는 치과 엑스레이 안전성
"엑스레이 자주 찍으면 암 걸리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먼저 수치로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막연한 걱정보다 숫자를 보면 훨씬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방사선량의 단위는 마이크로시버트(μSv)를 씁니다. 마이크로시버트란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노출량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치근단 방사선사진은 약 5μSv, 파노라마는 약 2.7~24μSv, CBCT는 촬영 범위와 장비에 따라 약 30μSv에서 그 이상까지 차이가 납니다(출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 수치가 얼마나 큰 건지 감이 잘 안 오실 겁니다. 비교 기준이 필요한데,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자연 상태에서 하루 동안 노출되는 자연방사선량은 약 6.6μSv입니다. 연간 세계 평균 자연방사선량이 약 2.4mSv, 즉 2,400μSv이니까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렇게 됩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치근단 사진 한 장이 하루 자연방사선 노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CBCT와 일반 치과 엑스레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파노라마와 치근단 사진은 비교적 방사선량이 낮은 편이지만, CBCT는 촬영 범위, 해상도, 장비 조건에 따라 방사선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흔히 찍는 뇌 CT나 복부 CT는 수천 μSv 수준이라, 치과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훨씬 낮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치과 방사선이 완전히 무해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고, 몇 번 찍으면 암이 생긴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방사선은 누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촬영을 반복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단에 꼭 필요한 촬영이라면 그 이익이 위험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치료의 진단적 이익이 방사선 노출 위험성보다 크다는 원칙이 모든 방사선 촬영의 대전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과 엑스레이는 6개월마다 무조건 찍어야 하나요?
A. 정해진 의무 횟수는 없습니다. 촬영 여부와 시기는 환자의 구강 상태, 치료 단계, 마지막 촬영 시점 등을 종합해서 치과의사가 판단합니다. 6개월마다 무조건 파노라마를 찍는 방식은 표준적인 원칙이 아닙니다.
Q. 파노라마 하나면 충치도 다 보이나요?
A. 파노라마는 전체적인 지도를 확인하는 검사라 초기 충치나 치아 뿌리의 세밀한 상태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정 치아를 정밀하게 봐야 할 때는 치근단 방사선사진을 추가로 찍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Q. 임신 중에는 치과 엑스레이를 절대 찍으면 안 되나요?
A. 무조건 피해야 한다기보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먼저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응급 상황이나 꼭 필요한 진단이라면 적절한 방호 조치와 함께 촬영할 수 있습니다. 촬영 여부는 의료진이 상황을 고려해 판단합니다.
결론
치과 엑스레이에 대한 걱정은 이해하지만, 수치를 보고 나면 적어도 파노라마나 치근단 사진 수준에서는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 자연방사선 노출량과 비슷하거나 그 이하인 검사를 두고 촬영 자체를 거부하면, 오히려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를 놓치는 손실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료 전부터 무조건 엑스레이부터 찍게 하는 방식보다, 치과의사가 먼저 구강을 살피고 필요성을 판단한 뒤 촬영을 권유하는 곳이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진료 흐름입니다. 다음 치과 방문 때 엑스레이 촬영을 권유받으신다면, 이 글에서 정리한 내용을 기준으로 왜 찍어야 하는지 가볍게 여쭤보시면 더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