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잇몸에 여드름처럼 뭔가 볼록하게 올라왔다고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치과 데스크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호소를 정말 자주 듣는데, 대부분 "그냥 잇몸에 뭐가 났나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하고 오십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상황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한 잇몸 트러블이 아니라 치아를 잃을 수도 있는 신호라는 겁니다. 무조건 뽑아야 한다는 말도, 무조건 살릴 수 있다는 말도 다 맞지 않습니다.
치아 뿌리 염증 원인과 근관치료
잇몸에 여드름 같은 게 생겼다면, 그건 치아 뿌리 끝에 염증이 생겨서 고름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가장 약한 잇몸 쪽으로 터져 나온 겁니다. 여드름이니까 짜면 낫겠지 싶지만, 짜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원인인 뿌리 끝 염증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기는 걸까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치아에 금이 가거나 충치가 생기거나, 기존에 때워둔 부분 주변으로 세균이 침투하는 경우입니다. 이 세균들이 점점 치아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신경을 손상시키고, 결국 뿌리 끝까지 염증이 번지는 구조입니다.
이때 필요한 치료가 바로 근관치료(Root Canal Treatment)입니다. 근관치료란 치아 내부의 신경관을 깨끗이 청소하고 세균을 제거한 뒤, 빈 공간을 생체 적합성 재료로 채워 봉인하는 시술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치아 안쪽 '파이프'를 닦고 막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치료가 잘 되면 1~2년에 걸쳐 뿌리 끝 염증이 서서히 줄어들고 뼈도 차오릅니다. 제가 치과에서 엑스레이 경과 사진들을 옆에서 봐온 경험상, 근관치료 후 3년 사진에서 까맣던 염증 부위가 뼈로 채워진 경우를 꽤 많이 목격했습니다.
단, 약만 먹으면 낫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일시적인 증상 완화일 뿐입니다. 뿌리 끝에 가스 압력이 차오를 만큼 염증이 심해지면 약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통증이 옵니다.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근관치료가 필요합니다.
- 치아에 균열(크랙)이 생긴 경우 — 세균이 틈을 타고 신경까지 침투
- 충치가 깊게 진행된 경우 — 뿌리 쪽까지 세균이 내려옴
- 기존 충전물 주변으로 2차 충치가 생긴 경우 — 틈새로 박테리아 재침투
- 치아가 완전히 쪼개진 경우 — 근본적으로 봉합이 어렵고 발치 검토 필요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근관치료 건수는 매년 수백만 건에 달하며, 치아 보존 치료 중 가장 빈번하게 시행되는 시술입니다(출처: 대한치과의사협회). 그만큼 흔한 치료지만, 신경관의 구조가 사람마다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한 번에 완벽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접수 업무를 하면서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또 아프다"고 다시 내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단순히 치료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신경관 자체가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치아 뿌리 염증 재발 시 선택하는 다른 치료법
근관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많은 치과에서 "이제 빼야 할 것 같다"는 말을 꺼냅니다. 처음 치과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신경치료가 안 되면 곧 발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옆에서 보니 그 전에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더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재근관치료입니다. 재근관치료란 이전에 시행한 근관치료에서 청소가 완전하지 않았던 부분을 더 넓고 깊게 다시 처치하는 시술입니다. 신경관이 워낙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서, 첫 치료 때 접근하지 못했던 곁가지나 숨어 있던 신경관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부분을 추가로 열어서 세균을 제거하면 호전될 수 있습니다. 단, 제가 보기에 성공률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실패 가능성까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하셔야 합니다.
두 번째는 치근단절제술(Apicoectomy)입니다. 치근단절제술이란 잇몸을 절개해 치아 뿌리 끝 2~3mm를 외과적으로 잘라내고, 그 부위를 역방향으로 충전재로 막는 수술적 처치를 의미합니다. 뿌리 끝 부분은 잔가지가 매우 많아서 아무리 약물로 세척해도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구역인데, 이 부분을 아예 절제해버리는 방식입니다. 특히 크라운(치아 머리를 씌운 보철물)이 이미 장착된 상태이거나 내부에 기둥(포스트)이 박혀 있어서 위쪽으로 재처치가 불가능한 경우에 유용한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 수술은 단순 시술이 아니라 실제로 잇몸을 열고 봉합까지 하는 상당한 처치라,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부담을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는 무조건 뽑아야 할까요. 뿌리에 세로로 깊게 금이 간 경우, 즉 치아가 수직으로 파절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때는 크라운으로 머리를 막아도 뿌리 쪽 틈새로 세균이 계속 드나들기 때문에 재근관치료도, 치근단절제술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뿌리 주변 잇몸뼈가 광범위하게 녹아내린 경우에도 보존 치료보다 발치가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치아 파절 및 치조골 소실은 발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 대목에서 치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한 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치과 입장에서는 재근관치료나 치근단절제술을 시도했다가 결국 발치로 마무리되면 환자분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왜 치료를 시작했냐"는 말이 나오는 거죠. 그 때문에 처음부터 발치와 임플란트를 권유하는 쪽이 치과 입장에서는 더 단순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치아는 한 번 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잇몸에 여드름 같은 게 생겼는데 그냥 짜도 되나요?
A. 짜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잇몸 뾰루지는 치아 뿌리 끝 염증에서 발생한 고름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원인인 뿌리 끝 염증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짜낸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Q. 항생제 먹으면 치아 뿌리 염증이 낫나요?
A. 항생제나 소염제는 일시적으로 통증과 붓기를 줄여주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 끝 염증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뿌리 끝에 가스 압력이 심하게 찬 경우에는 약만으로는 통증도 잡히지 않는 단계가 옵니다.
Q. 신경치료를 했는데 또 아프다고 하면 무조건 빼야 하나요?
A. 바로 발치로 결정하기 전에 재근관치료나 치근단절제술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치아 뿌리에 세로 방향으로 금이 간 경우나 주변 잇몸뼈가 광범위하게 손상된 경우에는 보존 치료의 한계가 있어 발치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Q. 치근단절제술은 일반 신경치료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근관치료는 치아 위쪽 입구를 통해 신경관을 청소하는 방식이고, 치근단절제술은 잇몸을 직접 절개해 뿌리 끝 부분을 외과적으로 잘라내는 수술적 처치입니다. 이미 크라운이나 기둥이 들어가 있어 위에서 재처치하기 어려운 경우에 유용하지만, 실제 수술에 준하는 처치라 회복 기간도 감안해야 합니다.
Q. 치아 뿌리 염증이 있는데 흔들린다면 무조건 발치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뿌리 끝 염증이 주변 잇몸뼈까지 영향을 준 경우에도 뼈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근관치료 후 시간이 지나면서 뼈가 다시 차오르고 흔들림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이미 뼈가 광범위하게 녹아있는 상태라면 보존 치료가 의미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치과에서 "이제 빼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많이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제가 옆에서 그 상황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기 때문에 그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런데 발치 권유를 받으셨더라도 재근관치료나 치근단절제술이 가능한 경우인지 한 번 더 여쭤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는 한 번 뽑으면 되돌릴 수 없고, 임플란트는 아무리 잘 해도 자연 치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으니까요.
다만 치료를 결정할 때는 실패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재신경치료나 치근단절제술 이후에도 결국 발치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경우 치료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의료진과 충분히 대화하고 치료 방향을 정하시는 게, 나중에 생기는 오해나 갈등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