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보철물의 평균 기대 수명은 통계적으로 5년에서 15년 사이입니다. 그런데 제가 진료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은 이 숫자가 얼마나 무의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같은 환자 입안에서도 20년 넘게 멀쩡한 보철이 있는 반면, 3년도 안 돼 문제가 생기는 크라운이 나란히 있는 경우를 제 눈으로 직접 봐왔기 때문입니다.보철물 수명, 왜 "몇 년"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가상담 자리에 앉으시는 분들 중 거의 열에 아홉은 꼭 이 질문을 하십니다. "이거 얼마나 써요?" 많게는 수백만 원이 오가는 치료이니 당연한 궁금증입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속 시원하게 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보철물(prosthesis)이란 손상된 치아 구조를 대체하거나 덮어씌우는 인공 수복물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여..
치과에서 일하는 저도 인터넷에서 파는 저가 마우스가드를 한 번 사봤습니다. 박스를 뜯자마자 "이건 못 쓰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스포츠 마우스가드는 격투기 선수만 쓰는 장비라는 인식이 아직 많지만, 실제로 써보니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부상 예방은 물론 경기력까지 달라지는 장비였습니다.기성품 vs 맞춤형 스포츠 마우스가드치과에서 일하면서 맞춤형 마우스가드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제 것을 살 때는 "잠깐 쓸 건데 비싸게 맞출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2만 원짜리를 주문했습니다. 도착한 제품을 보자마자 후회했습니다. 제 치아 구조에 전혀 맞지 않는 형태였고, 착용했을 때 턱이 어색한 위치로 밀리는 느낌이 확연했습니다.일반적으로 마우스가드가 불편한 장비라고 알려져 있는데,..
유치 어금니가 송곳니보다 먼저 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 알았을 때 꽤 의아했습니다. 유치는 총 20개, 아래 앞니부터 시작해서 만 2세 반~3세쯤 완성되고, 만 6세부터 영구치로 교체되기 시작합니다. 치과에서 일하면서 직접 보고 배운 내용과, 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갈이 과정을 함께 정리했습니다.유치 맹출시기혹시 유치가 앞니 → 옆니 → 송곳니 → 어금니 순서로 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첫째 어금니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송곳니가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입니다. 처음 보면 "왜 송곳니 자리가 비어 있지?" 싶을 수 있는데, 완전히 정상적인 맹출 순서입니다.맹출(萌出)이란 치아가 잇몸을 뚫고 구강 안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치..
치과 데스크에서 일하다 보면 "이가 시린데 왜 그런 거예요?"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인이 딱 하나가 아니라서 한 문장으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찬물에만 시린지, 단 걸 먹을 때만 시린지, 아니면 그냥 늘 시린지에 따라 원인이 전부 다르거든요.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시린 이의 원인부터 집에서 할 수 있는 관리법, 그리고 치과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단계까지 정리해 봤습니다. 시린 이 원인, 왜 생기는 걸까 — 잇몸퇴축과 치경부마모증치아 구조를 이해하면 왜 시린지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치아의 가장 바깥층은 법랑질(enamel)이라는 단단한 껍질이 감싸고 있는데, 이 층에는 신경이 없어서 외부 자극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
이를 뽑고 나서 치과를 나서는 순간부터 걱정이 시작됩니다. 거즈는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 피가 계속 나오는 건 아닌지, 밥은 언제 먹어도 되는지. 제가 치과에서 환자분들을 보다 보면 발치 당일 전화가 많이 옵니다. 대부분은 미리 알았더라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을 것들이었습니다.압박지혈, 거즈를 무는 힘부터 다시 생각해보세요발치 후 치과에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거즈 꽉 물고 계세요"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꽉'의 기준을 대부분 잘못 이해하고 계십니다. 압박지혈(Pressure Hemostasis)이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압력으로 혈관을 눌러 지혈을 유도하는 방법인데, 이 힘이 생각보다 훨씬 강해야 합니다. 손가락으로 피부를 눌렀을 때 하얗게 변할 정도의 힘, 그 정도가 돼야 실제로 의미 있는 압박이 됩..
하루 세 번 양치를 빼먹지 않는데도 입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치과에서 일하면서 환자분들 입냄새를 직접 맡아온 경험이 꽤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분들 대부분은 이를 안 닦아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로 냄새가 났습니다. 그 이유, 지금 바로 짚어드리겠습니다.입냄새 원인, 혐기성세균과 구강건조입냄새 원인이 속이 안 좋아서, 또는 편도결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치과에서 일하기 전에는 막연히 그렇게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분들을 대하다 보니, 소화기관이 원인인 경우는 비중이 상당히 낮습니다. 위와 식도 사이의 통로는 평소에 닫혀 있어서, 역류성 식도염처럼 내용물이 실제로 올라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장은 입냄새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편도결석도 목..
치과 예약 전날 밤에 잠을 못 잤다는 분들,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치과야 다들 좀 싫어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20년 넘게 환자분들을 곁에서 보다 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치과 공포증은 단순한 겁쟁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료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거나, 아프지 않은 처치에도 구역질을 반복하는 분들을 직접 봐왔습니다. 이 글은 그 분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치과 공포증 극복법, 트라우마를 먼저 봐야 합니다제가 오랫동안 지켜본 바로는, 치과 공포증이 있는 분들 대부분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막연히 무서운 게 아니라, 과거에 구체적으로 아팠던 기억, 예고 없이 기구를 들이밀었던 경험, 충분한 설명 없이 진행된 치료 같은 것들이 쌓여서 공포로 굳어진 겁니다.제 경험상..
유치는 빠질 치아니까 충치가 생겨도 그냥 둬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도 치과에서 일하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치 조기 발치로 이어진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나서야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유치 충치, 그냥 두면 어떻게 되나일반적으로 유치는 어차피 빠질 치아니까 충치가 생겨도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꽤 위험한 오해입니다.유치는 모두 20개이고, 유치 치열이 완성되는 시기는 만 3세 전후입니다. 그런데 유치 어금니가 실제로 빠지는 시기는 만 9세에서 만 12세경입니다. 일찍 빠진다고 해도 최소 6년은 써야 하는 치아..
솔직히 저는 임신한 환자분들이 구강 관리에 이렇게 무방비 상태인지 치과에서 일하기 전까지 잘 몰랐습니다. 엽산은 임신 3개월 전부터 꼬박꼬박 챙기면서, 정작 입 안의 세균이 혈류를 타고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아무도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더군요. 임신 중 구강 관리,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입니다.임신하면 입 안에 생기는 변화들임신 중에 몸이 변한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입 안에서도 꽤 드라마틱하게 일어난다는 건 놀랍도록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임신성 치은염(pregnancy gingivitis)입니다. 임신성 치은염이란 여성 호르몬 농도 급증과 혈액량 증가로 잇몸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세균에 대한 염증 반응이 과민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
치아미백을 받고도 "별 차이 없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치과에서 직접 미백을 진행해 봤던 저도,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쳐 민망했던 순간이 솔직히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치아미백이 왜 어떤 사람에겐 잘 되고 어떤 사람에겐 안 되는지, 직접 겪어보니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치아미백이 효과 없는 이유, 미백 한계미백 시술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 연예인처럼 새하얀 치아를 기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아니 직접 진행해 봤는데 그 기대치부터 조율하는 게 미백의 첫 단계였습니다. 연예인들의 그 백지 같은 치아는 미백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크라운 보철, 그러니까 치아 전체를 인공 재료로 씌우는 보철 치료를 통해 만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치아미백의 원리는 표백에 가깝습니다. 주..